News & Suzy Lee's travel sketches, drawings, photographs and writ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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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yleebooks   home Saturday, 06-02-11 ( 5722h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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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1. 그림+책: 시작 [Ko]


(…략)

…나는 영화 안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싶었지만, 그런 것이 그들에겐 없다고나 할까. 그저 거기에 존재하고 있는 것만을 비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헬리콥터를 찍어도 기관총의 비처럼 쏟아지는 탄피를 찍어도 거기에 담겨 있는 것이랄까, 상징성을 느낄 수 없다. 나는 내가 끊임없이 찍고 있는 것의 안쪽에 무엇이 보이는가를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다.… 그들이 만드는 영화는 분명히 훌륭한 작품이긴 하지만 미의식은 별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건 최근의 젊고, 매우 공들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 모두에게 공통되게 느껴지는 것이다.  다양한 그림을 만들려는 의식은 있지만 만들려는 그림 자체에 페티시가 느껴지지 않는다. 데이비드 린치는 그렇게 대단한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 그 묘한 템포나 문체, 아무튼 보고 있다 보면 영화 자체가 페티시에 가득 차 있지 않은가.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여자를 봐도, 멍하니 있는 남자를 봐도, 어딘지 모르게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세계 전체가 페티시로 성립되어 있다.

<매트릭스>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내가 바라는 것이 나왔다는 건 아니다. 내 이상으로 볼 때 뭘 하든, 어떻게 하든 영화가 되어버리는 것이 영화적 재능이라고 본다. 영화란, 규약이 미리 존재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린치의 영화는 정말 그런 예에 딱 맞는 작품이다. 그 사람이 만든 게 그대로 새로운 영화의 포맷이 되니까. 린치 자체가 포맷이다. 그런 것이 영화감독의 이상형이 아닐까? 한 형태 속에서 완성도를 다투는 게 아니라. 어차피 그 포맷 자체가 낡아버릴 거고, 질리게 되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영화란 건 그야말로 OS에서부터 스스로 만드는 것을 보여줬을 때에 최종적인 위력이 있는 것이다. 그걸 해낸 것이 고다르나 린치 같은 특수한 인간이다. 나는 일본에서 이렇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그것에 가까운 뭐라도 만들어내고 싶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만 만들겠다고 결심한 거다. 내 얼굴이든 손이든 발이든 전차든 헬기든 총을 찍든 그런 모든 것들을 포함해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 이외엔 화면에 담지 않을 거다. <블레이드 러너>는 해리슨 포드가 있든 없든 성립된다. 그건 영화가 자립하고 있다는 증거고, 배우에 의존하지도, 그렇다고 이야기에 의존하지도 않는 거다. 감독이 만들어낸 세계가 지금도 관객을 압도한다. 거기에 하나, 빛나는 여배우의 얼굴이 있다. 내가 볼 땐 그게 변함없는 영화의 이상형이다.



우연히 본 기사에 마음으로 줄을 치면서 읽었었는데, 다시 보니 줄을 안 그은 곳이 없었다. 매트릭스 영화가 어찌 되었던지간에 그저 나는 그의 글을 나에게 그대로 대입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의 안쪽에 무엇이 보이는가 알고 싶다.

흔히 ‘스타일’이라고 불려지는 그것이 나는 뭔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자기 스타일이 뭔지 알고 있다는’ 이들을 경계하게 된다. 그저 그리고 생각하고 만들고 하면서 스스로 서서히 깨달아 가는 것일 뿐. 그 순간에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을 쏟아 부어 하나를 만들어내고 잊어버리고 다음 것으로 넘어가고..하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내가 끊임없이 그리고 있는 것의 안쪽에 무엇이 보이는지 알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매번 새롭고, 매번 흥분되고, 질리지도 않게 매번 즐거운 작업. 그럴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자신에 대한 책임일 것이고.

뭘 하든 어떻게 하든 ‘물건’이 되도록 만드는 사람이 있다. (혹은 그럴 거라는 기대를 품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오시이 마모루의 말 그대로 ‘그 인간 자체가 포맷’ 이어서 그럴거다. 어차피 포맷이란 것 자체가 낡아 버리게 되어 있는 것이니 그 안에서 완성도를 다투는 건 의미가 없다. 언뜻 지나쳤던 구석을 찾아내고 안 가본 곳을 가보고 흔히 알고 있는 것을 다르게 읽어 보고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의 외연을 넓히는 것 따위도 거기에 포함될 것이다. 남들이 뭐라건 세상이 어떤 것을 축으로 해서 돌아가든, 그냥 그가 그것을 내어 놓으면 그것이 또 하나의 축이 되어버리는 것. (세상에는 많은 축들이 있다) 그것이 나의 이상형이다.

그림에 열광했고 책에 홀딱 빠졌고 그리고 그 그림+책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가고 있다.  하늘 아래 다시 새로운 것 없다지만, 내게는 모든 것이 새로운 영토로만 보인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아 눈부시게 하얀 눈으로 가득찬 끝없는 벌판. 가장 전통적이고 가장 제한 많은 땅 저 아래 어딘가에 가장 새로운 가능성들이 묻혀 있곤 하다.  그 곳들 중 하나가 그림, 그리고 책이 만나는 곳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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