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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yleebooks   home Friday, 07-04-06 ( 8332h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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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아트, 그림책> Artist's Statement






북 아트, 그림책
                            -Artist's Statement


북 아트Book Arts 라는 우산은 매우 넓어서, ‘책’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거의 모든 것들이 그 밑으로 함께 들어가는 듯 하다. 그렇게 매체는 그것을 다루는 작가의 머릿수 만큼 다양하게 정의되는 것이고, 어쨌거나 그저 작가는 자신이 다루는 매체를 끊임없이 재정의함으로써 그 외연을 넓히고, 일련의 작업을 통하여 의미를 캐어나가는 것 뿐이다. 다행히도 그 우물은 참으로 깊어서 퍼내고 또 퍼내도 마르지 않는다.


한 장의 그림이 있다. 이것만 두면 그저 한 장의 그림에 불과하지만, 그 옆에 그림을 한 장 더 놓으면 갑자기 두 그림 사이에 ‘이야기’가 생겨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나의 캔버스에 우겨넣는 것이 불편했던 나는 자연스럽게 책이라는 매체로 옮겨갔던 것 같다. 응축된 시 한편 보다는 줄줄이 읊고 싶었던 게다. 늘어 놓기,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한데 묶기. 나는 화가이자 이야기꾼이고 싶다. 그러므로 그림 + 책, 그림책.


그림의 힘. 그 힘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담는 그릇에 관한 생각. 그것의 총합이 나에게는 북 아트에 다름 아니다. 내게 그림책과 북 아트는 겉감과 안감이 똑같은 옷과 같아서 서로가 서로를 구별하지 않는다.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인식을 기본으로, 내용과 형식이 서로를 참조하는 논리적인 작업 과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내게 있어 북 아트의 가장 큰 매력이다.


내 작업 ‘거울 Mirror’에서 책의 접히는 부분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는 양쪽 페이지는 서로 반사하는 거울처럼 기능한다. 오른쪽 페이지의 외로운 아이는 왼쪽 페이지의 자신의 반사상과 친구가 된다. 그러나 실제와 환영 사이의 불화는 결국 한쪽 거울을 깨고,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글 없이 그림만으로 이끌어가는 이 이야기의 이면에는 책의 펼친 두 페이지라는 공간과 그 사이 책이 묶이는 접지에 대한 관심이 밑바탕이 된다.


이처럼 그림책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책이라는 매체의 오래된 역사만큼 관습화 된 책 읽기의 구성 요소들을 하나씩 도마 위에 올려본다. 지극히 익숙한 습관을 되짚어보기 혹은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 해보기, 이 두 가지를 작업의 중요한 모티브로 삼아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책의 페이지를 넘김으로써 내러티브가 진행되는 것에 관심을 갖거나 (‘Turning the Pages’ 시리즈),
펼친 양쪽 페이지를 같은 혹은 다른 시공간으로 취급해보거나 (‘Alice in Wonderland’)
책을 짓는 것을 연극 무대를 짓는 것과 같이 설정해 보거나 (‘Under the Table Theatre for Alice’),
책을 구성하는 활자의 이미지화를 시도해 보거나 (‘움직이는 ㄱㄴㄷ’)
앞표지, 면지, 본문, 뒷표지같이 책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을 이야기 속에 유기적으로 이어 본다거나 (‘동물원’)
하는 시도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책을 위한 책’ 이든 ‘책에 대한 책’ 이든 간에, 나는 내 작업이 우선 그림책의 강력한 이야기성을 바탕으로 한 ‘재미있는 그림책’이 되기를 바란다. 어린이, 그리고  어른 모두를 위한 즐거운 그림책이 되고프다.


또 한가지 내게 매력적인 책의 속성은 복제성과 대량 생산의 미덕이다. 일반 서점에 깔리는 예술, 손에 쥘 수 있는 예술, 부담 없이 소유할 수 있는 예술이 되고픈 열망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 - 그러려면 적절한 재료는 질과 함께  가격이 고려되어야 하고, 제본방식도 현실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최소한을 담보한 필요 이상의 개별적인 수공성, 완성품의 유일무이한 원본성originality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다. 물론 손에 닿는 핸드 메이드 종이의 따뜻한 감촉과 아름다운 장정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어쩌면 역으로 나는 인쇄 공장에서 찍혀져 나온 자알 만들어진 공산품 그 자체에 더 열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펄펄 끓는 뜨거운 감성이 기계를 거쳐 한번 눌리고 찍혀  걸러져 나온 듯한 그 느낌에 더 끌리는 것이랄까.

...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누군가의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있는 예술.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곳이 내가 북 아트와 그림책을 통해 가고 싶은 곳이다.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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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엑스에서 6월 1일 부터 서울 국제 도서전의 일환으로 열리는 '2007 서울 국제 북아트 페어'에 참가합니다. (저는 못 가고 제 책들만 갑니다만...) 이 글은 그때 전시할 책들을 위해 써본 것입니다. 그곳에서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웠던 몇 권의 제 책들이 판매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추후 공지하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2007 서울 국제 북아트 페어'에 초대해주신 아티스트북서울과 차정인씨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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