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Suzy Lee's travel sketches, drawings, photographs and writ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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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yleebooks   home Tuesday, 07-08-14 ( 5300h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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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스케일 [kr]


                            - 아무리 작아도 천년을 담을 수 있다는.




당신의 스케일



헌책방에 들어서면 문고판과 작은 책들을 만지작 만지작, 눈을 떼지못하고 손을 떼지 못한다. 그게 소설이건 유행지난 이론서이건 시집이건 내용은 관심없이 그저 그 조그만 책을 이모저모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다.


누군가의 호주머니 속에서 비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작은 책. 손 때 묻어 모서리가 반질해진,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작은 책이 주는 친밀감, 그 따뜻함이란.
언제나 꺼내볼 수 있는 예술. 이라면 좀 거창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 친밀감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싶었던 것 같다.


무엇이든 그저 끝없이 널어놓고 펼쳐놓거나, 아니면 자꾸 구석으로 몰아 넣고 줄이고 정리하거나. 사람들에겐 그 두 성향이 어느 정도 구분되지 않게 섞여 있기는 하지만, 어느 한 편이 더 좋을 때가 있고 내 몸이 나도 모르게 그 편으로 기울어졌다 싶을 때가 있다. 아마 그때 나는 책이란 것을 다시 보았을 것이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때는 온 몸이 바깥으로 펼쳐 뻗어가는 느낌이라면, 책 작업은 뭐랄까 몸을 작고 둥글게 구부려 무언가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넓은 면 하나가 접히고 접혀 손안에 들어오지만 그 안의 것들은 작아지지 않고 온전히 남아있는, 책. 옹송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접고 감추고 안쪽으로 집어넣고 혹은 아주 조금씩 꺼내어 보는 내 행동의 반경. 내 생각엔 그것이 책의 물리적인 스케일이다.


서로 다른 매체를 대하는 태도가 같을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업들은 대개, 다루고 있는 매체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는 작업들이다. 회화를 잘라내어 혹은 축소하여 페이지 안에 우겨넣는다고 해서 그림책이 되지는 않는다. 매력적인 책 작업들은 작가가 책의 물성을 느끼고 있으며, 또 책의 스케일에 대한 감각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책 안에서는 또다른 심리적인 스케일이 존재한다. 어떤 작가들은 고정된 시점, 고정된 장소를 두고 마치 연극무대 판 짜듯 책의 구도를 짠다. 독자는 오로지 페이지 안에서 눈알만 굴리면 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작가들은 끝간데없는 방대한 상상의 풍경을 펼쳐놓으며 종횡무진 독자를 데리고 날아다닌다. 천년의 풍경이 눈깜짝할 사이에 흘러가는 것이다.


페이지를 넘기면, 사방 뚝뚝 잘려 사각으로 구획 지어진 작은 세계가 열리고 닫힌다. 맨 마지막 장이 넘어간다. 이야기가 끝난다. 책이 닫힌다. 세계도 닫힌다.
그리고 날렵하게 책장 한 귀퉁이에 꽂힌다. 책꽂이에 꽂히는, 딱 그 크기만한 예술. 이야. 멋지지 않은가.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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