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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yleebooks   home Thursday, 07-07-26 ( 6672h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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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스 뉴스레터 인터뷰 [kr]





1.우선 원론적인 질문부터 드리려고 합니다. 그림책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에서는 회화를 전공했는데, 언젠가부터 하나의 응축된 이미지로 승부하는 회화보다는 여러 장을 늘어놓고 다시 묶는 ‘책’이라는 이야기 방식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침 당시 우리나라에 훌륭한 그림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림과 책을 접목한 어떤 공부를 좀 더 해볼 욕심을 부리고 있던 차에 ‘북 아트 (Book Arts)’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어 그에 관해 영국에서 유학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책이라는 매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이리저리 도모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지요.
그림의 힘. 그 힘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담는 그릇에 관한 생각. 이 세가지 총합의 결론은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2. 이수지씨의 그림책은 독특한 발상의 그림책이 많은데, 이러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는 것인가요? 혹시 현재 살고 계신 싱가폴에서 얻게 되신 아이디어도 있으신가요?

‘이상한 나라의 알리스’(‘Alice in Wonderland’/ Corraini 출판)는 영국 유학 당시 제가 살고 있던, 낡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빅토리아식 건물 한쪽 구석에 있던 벽난로를 보고 시작하게 된 책입니다. 고색창연한 주물장식과 타일로 사각지어진 벽난로 안이 마치 연극 무대처럼 느껴졌고, 그 무대 안에서 움직이는 알리스와 흰토끼를 상상하게 되었지요. 벽난로 안에서 시작된 픽션은 결국 그 픽션의 연출자인 작가의 진공청소기 안으로 빨려듦으로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그 현실은 결국 평평한 그림책의 한 페이지의 또 다른 환상에 불과하다는 현실로 다시 돌아갑니다.

‘토끼들의 복수’(‘La Revanche des Lapins’/ La Joie de Lire 출판)는 여행 중에 실제로 차도에 뛰어들던 토끼들을 보고 만든 그림책 입니다. ‘동물원’(비룡소 출간)도 어느 스산한 겨울날, 런던 동물원의 빈 우리의 인상에서 시작된 이야기이고요. 그렇게 보면 제가 가보거나 머물렀던 환경에서 촉발되는 책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작업의 시작을 도와주는 동기들에 불과하고, 결국은 항상 해보고 싶었던 주제, 늘 가지고 있었던 형식적인 관심사들-이를테면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관심-이 그런 계기들을 통해서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전의 작업이 그 다음 작업의 단초를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Alice 책을 만들면서 관심갖게 된 책의 접히는 공간에 대한 흥미가 그 다음 ‘거울’ 책으로 이어졌고, 현재 작업하는 책은 ‘거울’ 책의 두번째 시리즈입니다.

싱가폴에 온지는 채 일년이 안 되었습니다만, 독특한 이곳 기후와 자연환경, 그리고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함께 사는 이곳 문화도 흥미로운 원천이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3. 이수지씨의 책을 보면 제본등의 기술적인 면에서도 차별화 되어 있으십니다. 각각의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한 작품당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려서 작업하시는지요? 작업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저에게 매력적인 또 하나의 책의 속성은 복제성과 대량 생산의 미덕입니다. 일반 서점에 깔리는 예술, 손에 쥘 수 있는 예술, 부담 없이 소유할 수 있는 예술이 되고픈 열망– 그러므로 저는 ‘출판될 수 있는 형태’로 책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기존의 출판사들을 통해 출판되는 책들을 한 축으로 하고, 시장성 혹은 상품성은 없지만 제가 해보고 싶은 쪽으로 더  밀어붙여 풀어보고 싶은 작업은 제 개인 프레스인 ‘흰토끼 프레스’ 이름으로 스스로 생산해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제한적이라도 대량복제를 할 수 있는 형태로 작업을 하려고 하지만, 이 개인적인 공간에서 제본도 조금 달리 해보고 현실 출판에서 불가능한 작업들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작업 시간은 책마다 다릅니다. ‘Alice in Wonderland’ 같은 경우는 작업 기간만 꼬박 일년이 걸렸지만, 반면에 ‘거울’ (‘Mirror’/ Corraini 출판) 같은 책은 아이디어부터 더미 북 만들기 까지 딱 일주일 걸렸습니다. 그런가 하면 뭔가 미진한 듯 하여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이야기가 갑자기 제 모습을 갖추고 책으로 뚝딱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늘 관심 두었던 주제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지 결국은 손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 묵은 시간들까지 치면 한 권의 책이 나오는데 얼마나 걸렸다고 과연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네요.




4. 그림책 작가 중에서 이수지씨께 영향을 주신 분이 있나요?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나 작품은 무엇인가요?

관심사도 산만하고 변덕도 심하여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들의 목록이 늘 바뀌지만, 지금 문득 생각나는 이들은 엔조 마리 (Enzo Mari)와  브루노 무나리 (Bruno Munari) 입니다. 이들의 작업은 그래픽적으로 훌륭하면서 책이라는 매체의 속성에 대한 이해가 깔려있고, 이미지 중심이면서도 감각적 서사가 풍부하며, 무엇보다 ‘재미있는’ 책들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책을 보고 있자면 어느 한쪽에 매몰되지않고 여러 층위의 개념들 사이에서 아슬 아슬하지만 절묘하게 균형 잡힌 줄타기를 구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5. 이수지씨는 대체적으로 개인작업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혼자 작업하실 때와 협업으로 작업할 때의 차이점과, 협업으로 작업할 때 디자이너가 고려해야 할 점을 말씀해주세요.

한 권의 책은 많은 이들의 협업에 의해 출판 됩니다. 단지 저는 형편이 허락하는 대로 그림책의 제 과정 (기획, 글/그림, 판형과 제본방식의 판단, 종이의 선택 기타등등.)을 스스로의 힘으로 ‘시작’해 보는 것 뿐입니다. 작가 스스로 개념이 확실히 서 있을수록 다른 의견도 더 잘 수렴할 수 있고 의견을 나누기도 편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전체를 통찰하면서 작업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작가가 작업할  때, 책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을 더 흥미롭고 입체적으로 활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개 제 책을 실제 인쇄물의 상태를 예상할 수 있도록 제본까지 끝낸 더미 북 형태로 만들어서 출판사에 제안 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실제 작업은 대개 그때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럿의 의견을 통해 논리적인 과정을 거쳐 걸러지고 간결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혼자 작업할 때 작가는 대개 애초의 컨셉에 얽매여 오히려 자기 논리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가 객관적인 눈으로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시각적으로 읽히는지 지적해주거나 좀더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다면 환상적인 콤비가 되겠지요.




6. 이수지씨께서 생각하시는 그림책디자인이란 것은 어떤 것인가요?

다소 추상적으로 대답해 보자면,
겉감과 안감을 구분할 수 없는 옷처럼 책의 컨셉과 이야기, 시각적 표현을 간결하게 만들면서 극대화 할 수 있는 디자인.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그 속성들을 충분히 이용한 디자인.




7. 이수지씨의 책은 국내에서 출판된 경우도 있고 외국에서 출판된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 그림책 출판과 외국 그림책 출판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출판시장의 차이나 제작 또는 편집자, 디자이너들의 차이점이 있던가요?

‘국내’와 ‘외국’ 출판사의 차이라기 보다는, 개별 출판사의 특성과 성향의 차이에 따라 출판과정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출판사는 작가의 프로젝트를 100% 받아들여 전혀 토를 달지않고 처음 더미 그대로 출간하기도 하고 (Alice책과 거울 책을 낸 코라이니 출판사 처럼 주로 아티스트 북(Artist’s Book) 혹은 디자이너들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책들을 출간하는 곳들이 그렇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출판사들은 대개의 그림책 출판사들이 그렇듯이 작가의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충분히 들으면서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 쉽도록 좀더 조율해나가는 방식의 출판사들도 있고요.

특별히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는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책의 출판사(미국)의 경우,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의 관계가 공히 같은 무게를 가지고 일이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는 편집자와 더 자주 의사소통을 하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디자이너들이 편집자에 다소 가려지는데 비해, 현재 출판사의 디자이너의 의견이 많이 부각된다는 점입니다. 편집자도 디자이너와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나서 저에게 의견을 전달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고요. 지금 진행하는 책이 글 없이 그림만으로 이끌어가는 그림책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8. 앞으로 이수지씨께서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국내 그림책 디자이너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상에는 너무 멋진 그림책들이 많이 있고, 또 꾸준히 새로 나오는 작업들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해보고 싶은 책의 목록은 늘어만 갑니다. 아직도 제 스타일 혹은 경향성이 확실하다기 보다는, 여전히 ‘해보고 싶은 온갖 것을 돌아가면서 해보는’ 수준이라 제 작품 목록은 다소 산만합니다만, 그래도 그것이 오히려 새록 새록 새롭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활자와 이미지의 관계에 관심이 많아, 작년에 천둥거인에서 출간된 ‘움직이는 ㄱㄴㄷ’ 를 좀더 발전시켜 보고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실은 또 전혀 다른 이야기 그림책을 시작해 놓았기 때문에 언제 무엇이 먼저 완성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만….

국내 창작 그림책들이 서사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저는 개인적으로 더 이미지 중심의 그래픽적이며 감각적인 그림책이 국내에서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런 그림책은 디자이너들과 더 많은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고, 서로를 발전시키는 재미있는 작업들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디자이너스 뉴스레터 <나누기> 6호 특별호 '그림책에 빠져들다, 그림책 디자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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