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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Suzy Lee's travel sketches, drawings, photographs and writin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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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인연©이수지 2025
발행일 2025년 6월 10일
흰토끼프레스/ 바캉스/ 디자인센
United, Untied©Suzy Lee 2025
Publication Date: 10th June 2025
Hintoki Press/ Vacances/ Desginsen
www.suzyleebooks.com
이 책은 바캉스 프로젝트 시즌 7 “사랑과 숫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왜 하필 '사랑과 숫자'냐고요? 이번 시즌에 공통의 주제를 잡아보자고 했고, 누군가가 숫자를 주제로 작업해보자고 하여 좋아라 각자의 숫자를 이야기하던 도중, 누군가가 난데없이 사랑! 을 외치자 그것도 좋겠어! 하더니 바캉스의 인원이 홍해 갈라지듯 쫙 갈라져 반은 사랑, 반은 숫자를 지지하게 되었더랬죠. 부조리한 민주주의 원칙에 의해 그럼 사랑에 관한 작업을 하는 사람은 숫자를 어떻게든 넣고, 숫자를 작업하는 사람은 사랑을 껴 넣자는, 대략 난감한 방식의 공통 주제로 결론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모두 놀랍게도 각자의 희한한 결과물들을 들고 다시 모여들었습니다.
1. 강산무진도, 그리고 촉잔도
2017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었던 “새 보물 납시었네” 전에서 이인문의 "강산무진도"와 심사정의 "촉잔도"가 나란히 전시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8ｍ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대작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죠. 그것을 계기로 끝없이 펼쳐지는 두루마리 그림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흔히 두루마리 그림은 그림책과 통한다고 하지요. 두루마리 그림은 한쪽으로 열고 감아가면서 조금씩 펼쳐보는 그림으로, 보이는 만큼씩 시간과 공간이 이동합니다.
"촉잔도"는 이백의 시 ｢촉도난｣을 기반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험난한 촉으로의 여정을 그리는데, 심사정의 생의 마지막 일 년 동안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고, 평탄치 못했던 그의 삶을 그린 듯 아름답고 절절합니다. 두렵고 어려운 길,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먼 길…. 이것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치는데도 500겁의 인연이 필요하다고 하지요. 그러니, 내 인생에 들어오는 인연을 만나는 일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The Lovers-연인들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뉴욕현대미술관에서 행했던 "예술가가 여기 있다 The Artist Is Present"라는 작업이 있습니다. 작가와 관객이 마주 앉아 서로를 응시하는 퍼포먼스였죠. 그런데 어느 날 그 장소에 한 나이 지긋한 남자가 들어서고 둘은 테이블에 앉아 서로 마주 보며 눈물을 흘리지요. 그는 그녀의 오래전 연인이자 동료 예술가였던 울레이였지요. 그들이 함께한 작업을 찾아보다가 "연인들 The Lovers라는 작업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두 예술가는 중국의 만리장성 양쪽 끝점에서 각각 출발하여 가운데에서 만나는 퍼포먼스를 펼친 후 결혼하겠다는 장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일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중국 정부의 불허로 일이 지연되는 동안, 연인들의 삶에도 변화가 생기고 결국 헤어지게 되지요.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만리장성 그 험한 길을 차근히 훑어와 결국 산시성의 돌다리 한가운데서 만나고는 힘차게 포옹한 뒤 헤어집니다. 울레이는 아브라모비치에게 "영원히" 걷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고, 아브라모비치는 집에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후 주름진 얼굴로 미술관에서 마주 앉아서 서로를 바라보게 된 거죠.
연인-인연의 두 사람이 각자 두루마리의 양쪽 끝에서 출발하면 어떨까? 자신의 길을 걷다가 인생의 여러 국면과 어려움을 만나며 허위허위 가다가 결국 만나는 두 사람을 상상했습니다. 견우와 직녀처럼, 불가능할 인연이 여러 우연과 인연으로 성사됩니다. 하지만 우리 삶은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로 끝나지 않지요. 인연이 완성된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삶은 계속되고, 각자의 길을 계속 걸어가는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3. 모든 인연
"연인-인연"은 모든 인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선남선녀의 사랑, 어쩌면 반려동물과 집사의 사랑, 혹은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일 수도 있습니다. "진실한 인연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불교적 전언은 나의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새기는 말입니다. 모든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 있으므로, 페르시아의 왕자 풍의 그늘을 산 총각과 심청 닮은 처자를 주인공으로 양쪽에서 동시에 이야기가 시작되긴하지만, 주인공은 무엇이든 투영 될 수 있는 동그라미와 마름모 형태로 바뀌어 나아갑니다. 두 주인공이 극적으로 만난 후, 아마도 저 먼 풍경 너머로 계속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4. 엎어치나 메치나
이규보의 미인원 (美人怨) 이라는 회문시(回文詩)가 있습니다.
腸斷啼鶯春 단장제앵춘 --애끓듯 꾀꼬리 우는 봄
으로 시작하여,
春鶯啼斷腸 춘양제단장 -- 봄 꾀꼬리 소리에 애간장만 타네
로 끝나는 시입니다. 바르게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되는 시인 것이지요.
동양에서는 왼쪽으로 두루마리를 풀면서 보고, 서양에서는 오른쪽으로 풀면서 봅니다. 그리고 이 <연인,인연> 책도 왼쪽으로 봐도 좋고, 오른쪽으로 봐도 좋습니다. 그러므로 회문 형식의 시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이백의 "촉도난"시도 끼어 들어갑니다. 우리가 연을 맺는 과정은 촉으로 가는 길처럼 깎아지른 듯 험난하지만, 결국 그대를 만나 좋았고, 이제 표표히 돌아서 그대 등 뒤에 고인 눈물을 삼키며 헤어지는 것이지요.
5. 숫자
자, 사랑은 된 것 같고, 이제 숫자를 끼워 넣을 차례입니다. 오작교가 나오니 칠월 칠석 77? 혹은 종이 한 장이니 1? 혹은 부모자식 인연을 따라 8000겁…? 진정성 없는 숫자가 난무하다가 결국 바캉스의 검색 엔진(조아무개 작가)이 제안해 준 52로 정착했습니다. 연인, 인연이니까 52! (하트모양이 생기는 숫자) 이런 무연고, 무계획 바캉스!
이수지의 바캉스 프로젝트 시즌 7, <연인, 인연>(흰토끼프레스 2025)는
2025년 6월 18일부터 시작되는 서울국제도서전 부스 S1 바캉스 부스에서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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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images copyright © Suzy L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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